증거 상태: 회사의 임상 개발 발표. 임상 3상 결과 발표나 허가 소식이 아니다.
먼저 결론부터. Rentosertib은 “AI가 임상적으로 효과를 입증한 신약”이 아니라, AI 기반 표적·분자 탐색에서 출발한 후보가 실제 Phase 3 환자 투약 단계까지 진입했다는 산업·임상 개발 트리거다.
Rentosertib(ISM001-055, INS018_055)은 특발성 폐섬유증(idiopathic pulmonary fibrosis, IPF)을 대상으로 개발되는 경구 TNIK 억제제다. 쉽게 말해 먹는 약으로 TNIK이라는 단백질의 작용을 억제하려는 후보이며, 이 작용 원리 자체가 환자의 치료 효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Insilico Medicine은 2026년 9월 GENESIS-IPF-3에서 첫 환자를 투약했다고 발표했다. 등록번호는 NCT07687459이며, 시험은 전향적·다기관·무작위·이중맹검·위약대조 방식으로 52주 동안 진행된다.
긴 시험 설계 명칭은 비교를 믿기 위한 장치들이다. ‘전향적’은 앞으로 경과를 관찰한다는 뜻이고, ‘다기관’은 여러 병원에서 진행한다는 뜻이다. ‘무작위’는 치료군 배정을 무작위로 정하는 절차다. ‘이중맹검’은 참여자와 평가하는 연구자가 배정군을 알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며, ‘위약대조’는 시험약의 성분이 없는 대조 처치와 비교한다는 뜻이다. 이런 설계는 편향을 줄이지만, 시험을 시작한 시점에 좋은 결과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왜 이 사건이 중요한가

사진에서 빈 공간과 그 사이 벽을 구분해 보자. 이처럼 미세구조를 보여주는 사진과, 사람이 힘껏 내쉰 공기의 양을 재는 폐활량 검사는 서로 다른 정보를 준다. 아래 임상 수치인 FVC는 사진 속 빈 공간의 개수나 면적을 센 결과가 아니다.
먼저 질문을 작게 나누자. ‘시험을 시작했다’와 ‘효과가 있었다’는 다른 소식이다. 임상 단계는 검증의 진행 위치를 알려주고, 결과는 실제로 무엇이 관찰됐는지 알려준다. 이번 발표는 앞의 소식이다. 병원 수와 모집 계획이 커졌다고 효과의 크기를 계산할 수는 없다.
AI 신약개발은 오랫동안 “후보를 더 빨리 찾을 수 있다”는 수준에서 평가됐다. 하지만 실제 신약개발의 병목은 후보 생성 이후에 있다. 독성, 약동학, 임상 효능, 제조, 규제 검토를 모두 통과해야 한다.
그래서 AI로 찾은 후보가 Phase 3에 들어갔다는 소식은 컴퓨터 안의 예측을 넘어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검증이 진행되고 있다는 개발 이정표다. 다만 이 사건이 AI의 우월성을 직접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Phase 3는 더 큰 규모의 검증 단계이지 성공의 선언이 아니다. 사람 대상 검증 자체는 앞선 임상시험에서도 이미 진행됐다.
#지금까지의 근거
Rentosertib은 앞선 임상 2a상(Phase 2a)에서 IPF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초기 효능 신호를 평가했다. 여기서 읽을 지표인 노력성 폐활량(forced vital capacity, FVC)은 숨을 최대한 들이쉰 뒤 힘껏 내쉰 공기의 양이다. 단위 mL는 밀리리터로, 폐 기능의 한 측면을 나타낸다. 60 mg을 하루 한 번 복용한 군에서는 12주 시점 FVC의 평균 변화가 +98.4 mL(95% 신뢰구간 10.9–185.9 mL)로 보고됐다. 이 범위는 추정의 불확실성을 보여 준다. 작은 표본을 짧게 관찰한 부평가변수 결과다.
2a상의 주평가변수는 치료 후 발생한 이상사례를 한 번 이상 경험한 환자의 비율이었다. 폐 기능 변화는 부평가변수다. +98.4 mL는 60 mg 1일 1회 군의 기준선 대비 변화이지 위약 대비 개선량 자체가 아니다.
#효과 신호와 함께 봐야 하는 안전성
안전성도 한 줄로 요약하기 어렵다. Table 2에서 연구자가 치료 관련으로 분류한 이상사례는 60 mg 1일 1회 군 18명 중 14명(77.8%), 위약군 17명 중 5명(29.4%)이었다. 치료 관련 중대한 이상사례는 각각 2명과 0명이었다. 이상사례로 치료를 중단한 사람은 각각 4명과 2명이었다. 다만 이 소규모 시험은 이상사례에 대한 군 간 통계 검정을 하지 않았으므로, 이 빈도만으로 확정적인 위험 차이를 선언해서는 안 된다. ‘효능 신호가 있었다’와 ‘안전성 검증이 끝났다’는 다른 말이다.
표본 규모의 목적도 따로 봐야 한다. 앞선 2a상 Methods는 군당 약 15명이면 실제 발생률이 약 15%인 이상사례를 한 번 이상 볼 확률이 약 90%라고 설명한다. 이는 표본 설계의 가정이지 관측된 이상사례 발생률이나 안전할 확률이 아니다. 교육용 계산으로 같은 독립 발생 가정을 실제 발생률 1%에 적용하면, 15명 안에서 한 번 이상 볼 확률은 약 14%에 그친다. 이 계산은 약의 희귀 부작용 발생률을 추정한 것이 아니라, 작은 시험에서 사건을 보지 못해도 드문 위험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를 보여 준다. 연구가 제외한 건강 상태와 병용약 조건도 실제 사용 대상과의 차이로 남는다.
#측정에 빠진 환자는 어떻게 처리했을까
여기서는 서로 다른 두 종류의 누락도 구분해야 한다. 무작위 배정된 71명 중 치료를 중단한 사람은 16명이었고, 12주 폐활량 측정값이 없었던 사람은 22명이었다. 치료 중단과 특정 시점의 측정 누락은 같은 사건이 아니므로 두 숫자를 바꿔 쓸 수 없다. 연구진은 누락된 폐 기능값을 다중 대치로 처리하고, 치료군과 시작 시점의 폐 기능을 고려하는 공분산분석(ANCOVA)을 사용했다. 이때 누락이 관측된 정보로 설명될 수 있다는 MAR 가정을 두었다. 이는 결측값을 실제로 측정했다는 뜻도, 누락에 따른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는 뜻도 아니다.
누락은 군마다 같지 않았다. 12주 폐활량값은 60 mg 1일 1회 군에서 18명 중 8명, 위약군에서 17명 중 3명이 빠졌다(Methods의 Statistical analysis). 따라서 두 군의 관측 평균만 비교하기보다 누락 처리의 가정과 민감도를 살펴야 한다. 이 숫자가 누락 원인까지 밝혀주는 것은 아니다.
#다른 환자에게도 같은 결과일까
기존 치료제를 함께 복용한 하위집단과 그렇지 않은 하위집단도 같은 비교가 아니다. 이 시험은 rentosertib 용량군과 위약군을 무작위 배정했지만, 기존 치료제 복용 자체를 별도의 무작위 비교로 만든 것은 아니다. 원문은 기존 치료제를 병용하지 않은 일부 집단에서 FVC 신호를 보고한다. 이를 ‘기존 약보다 우월하다’거나 ‘병용하면 효과가 없다’는 결론으로 바꾸려면 사전에 정한 상호작용 분석과 충분한 표본이 더 필요하다.
또 무작위 배정 표본 71명은 모두 아시아계였고 남성이 64명이었다(Table 1). 이는 분석에서 여성이나 다른 집단을 제외하라는 뜻이 아니라, 이 작은 표본의 결과를 다양한 환자에게 그대로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범위 설명이다.
폐활량 외의 결과도 함께 봐야 한다. 원문 Discussion은 급성 악화가 60 mg군에서 3건, 위약군에서 1건 발생했다고 적는다. 급성 악화는 폐 질환이 갑자기 나빠지는 중요한 임상 사건이다. 그러나 작은 표본을 12주 관찰한 이 건수만으로 약이 악화를 일으켰다거나 위험 차이가 확정됐다고 결론 낼 수는 없다. 연구진도 더 큰 표본과 긴 추적에서 확인할 과제로 남겼다. 삶의 질 지표들 역시 전반적으로 변동이 커 결론이 불확실했다. 일부 기침 관련 지표의 신호를 전반적인 생활 개선으로 확대하지 않는다. [임상 2a상 논문 Discussion]
따라서 Phase 2a 결과를 “폐 기능을 회복시키는 약이 증명됐다”고 읽으면 안 된다. Phase 3의 목적은 더 큰 환자군과 더 긴 추적에서 이 신호가 재현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결측 처리의 뜻을 가상 예시로 살펴보자. 측정에 빠진 사람이 처음부터 폐 기능이 더 나빴다면, 관측된 시작 폐 기능을 고려하지 않고 남은 사람만 평균 내는 것은 비교를 바꿀 수 있다. 다중 대치는 관측된 정보에 근거해 가능한 누락값을 여러 번 채우고 분석의 불확실성을 반영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기록되지 않은 악화 자체가 측정 불참과 연결됐다면 같은 가정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실제 연구의 22개 누락값을 ‘아무 문제 없이 복원했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다. 이 예시는 실제 누락 원인을 설명한 것이 아니다.
읽으면서 확인할 질문은 이것이다. +98.4 mL가 양수라면 위약보다 그만큼 좋아졌다는 뜻일까? 아니다. 한 치료군의 시작점 대비 변화와 치료군–위약군 차이는 다른 비교다. 효과를 판단하려면 위약군, 분석 집단, 결측 처리와 불확실성을 함께 읽어야 한다.
#Phase 3에서 실제로 봐야 할 것
첫째는 모집 규모와 완주율이다. 회사 발표는 중국 47개 기관에서 320명 모집을 계획한다. 10월 20일 직접 조회한 임상 등록정보도 계획 인원 320명과 모집 중 상태를 확인해 준다. 계획 인원은 실제 등록·완주 인원이 아니다. 등록정보의 실제 연구 시작일은 9월 9일, 회사 발표일은 9월 10일이다. 예상 완료일은 2029년 10월 30일이며 확정 일정은 아니다.
둘째는 폐 기능 감소율이다. IPF에서는 시간이 지나며 FVC가 감소하므로, 치료군이 위약군보다 감소 속도를 얼마나 늦추는지가 중요하다. 회사 발표에 명시된 1차 평가변수는 52주 동안의 FVC 감소의 연간 변화율이다. FVC는 숨을 최대한 들이쉰 뒤 힘껏 내쉰 공기의 양으로, 폐 기능의 한 측면을 측정한다. 약물의 모든 이득·위험을 하나로 나타내는 지표는 아니다. 회사는 주요 2차 평가변수로 첫 질병 진행 사건까지의 시간도 제시한다. 두 지표 모두 계획된 3상 평가변수이며, 아직 관찰된 결과는 아니다.
셋째는 기존 항섬유화 치료(antifibrotic therapy)와 함께 사용할 때의 안전성이다. 실제 환자는 닌테다닙(nintedanib)이나 피르페니돈(pirfenidone)을 이미 복용할 수 있기 때문에 병용 조건이 중요하다.
넷째는 간 기능·약물상호작용·장기 안전성이다. AI가 후보를 잘 만들었다고 해도 몸에서 약물이 어떻게 작용하고 다른 약과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는 별도로 검증해야 한다.
#“AI가 만든 약”이라는 표현의 경계
Rentosertib의 발견 과정에는 AI 기반 표적 탐색과 분자 설계가 사용됐다. 하지만 최종 후보의 합성, 실험, 독성평가, 임상시험은 전통적 신약개발 과정과 동일하게 수행된다.
따라서 정확한 표현은 “AI가 혼자 발명한 약”이 아니라 AI를 활용한 발견 과정에서 출발해 후기 임상 개발까지 도달한 후보에 가깝다.
#가장 큰 한계
현재 임상 3상 결과는 아직 없다. 첫 환자 투약은 산업적으로 중요한 이정표이지만 효능·안전성 결과를 보여주는 증거가 아니다.
또 “세계 최초” 같은 표현은 회사의 자체 정의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어떤 범위의 AI 사용을 generative AI-driven drug로 정의하는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다음 트리거
다음에 봐야 할 것은 환자 모집 완료, 중간 안전성 신호, 임상 3상의 주평가변수 결과, 규제기관 제출 여부다.
여기서는 서로 다른 두 질문을 나눠야 한다.
이 약이 위약과 비교해 환자에게 이득을 주고, 그 위험은 감수할 만한가?
이는 이 임상시험이 직접 다루는 질문이다. 반면 “AI를 사용하면 기존 개발 방식보다 더 좋은 약을 더 적은 비용과 시간에 만들 수 있는가?”는 개발 방식에 관한 별도의 질문이다. 한 후보의 성공이나 실패만으로는 답할 수 없다. 비교 가능한 개발 프로그램의 실패 사례까지 포함해 시간·비용·성공률을 함께 살펴야 한다. 따라서 향후 3상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약의 임상적 가치와 AI 개발 방식의 비교 우위가 동시에 증명됐다고 쓰지 않는다.
#출처
- Insilico Medicine, GENESIS-IPF-3 첫 환자 투약 발표, 2026년 9월 10일. 회사 자체 발표이며 임상 3상 결과 논문이 아니다.
- ClinicalTrials.gov, GENESIS-IPF-3, NCT07687459, 2026년 10월 20일 등록정보 확인.
- 동료평가 임상 2a상 논문, Nature Medicine, DOI: 10.1038/s41591-025-03743-2. Results의 환자·안전성·폐 기능 결과, Tables 1–2, Discussion, Methods의 시험 설계·평가변수·통계 분석을 확인했다. 보충표 S1·S3–S5 및 S2의 관련 안전성 행을 대조했다. S2 나머지 행·S6–S10과 요청 제공 프로토콜·통계분석계획서는 미열람이다.